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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읽을 만한 책

2016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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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가의 마지막 그림
    화가의 마지막 그림
    분야 : 문학예술
    저자 : 이유리
    출판사 : 서해문집
    불멸의 작품을 남긴 위대한 화가들, 그들은 우리의 감성을 예술의 아름다운 경지로 끌어 올린다. 그들이 남긴 작품 앞에서 누군가는 찬탄하고,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인생의 화두를 발견한다. 그 그림들에는 화가의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평생 울지 않는 백조가 죽기 직전 토해 내는 아름다움과 슬픔이 농축된 단 한 번의 울음처럼, 화가들의 마지막 작품은 곧 그들의 묘비명이다.
    이중섭의 마지막 작품은 ‘돌아오지 않는 강’이다. 같은 구도에 담아낸 봄, 여름, 가을, 겨울 연작이다. 광주리를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인의 얼굴은 표정이 없는데, 창가에 기대어 그녀를 기다리는 사내는 그리움에 애가 타는 모습이다. 작품 속에 남자와 여자가 같이 등장하건만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니... 그는 끝내 일본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걸 예감했던 것 같다.
    흑인 빈민가에서 태어나 거리의 ‘낙서화가’로 출발하여 ‘검은 피카소’라고까지 추앙받았던 바스키아의 예지는 섬뜩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은 해골에 올라탄 자신의 모습을 그린 ‘죽음과 합승’이다. 백인에게 ‘발견’되고, 백인에게 ‘소진’된 그는 아프리카로 가서 새로운 삶을 펼쳐 보려 했지만 약물 중독으로 죽음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지은이는 마지막 작품을 매개로 화가들의 치열했고, 고단했고, 매서웠던 삶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특히 에드워드 호퍼, 에곤 실레, 케테 콜비츠, 프리다 칼로 등 근현대 화가들을 많이 등장시켜 현실감이 생생하다. 밀도 높은 글과 의미심장한 그림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물결의 비밀
    물결의 비밀
    분야 : 문학예술
    저자 : 바오 닌 외/ 구수정 외
    출판사 : 아시아
    우리에게 아시아는 왠지 낯설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마음의 경계선을 긋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이나 일본 이외의 아시아 문학은 생소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간된『물결의 비밀』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계간『아시아』가 10년 동안 번역하여 소개해온 160여 편의 작품 중에서 아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 12편만을 엄선하여 출간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아시아 문학 지도의 복각이다. 뿔뿔이 흩어진 채로 존재했던 아시아의 언어들이 온기를 품고, 영혼을 품고, 역사를 품고 모여들었다. 이 책은 아시아의 대작가들이 한데 모여 아시아 문학의 진수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텍스트다. 거기에 최고의 번역가가 그들의 언어를 유려한 한국어로 풀어 놓았다.
    이 단편집의 제목으로 삼을 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운 소설인 바오 닌(베트남)의 「물결의 비밀」과 마하스웨타 데비(인도)의 「곡쟁이」를 읽으면 소외된 아시아인의 눈물과 슬픔이 감지된다.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필리핀)의 「불 위를 걷다」와 찻 껍짓띠(태국)의 「발로 하는 얼굴 마사지」에 묘사된 풍자와 이미지 서술에 주목해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다. 아시아만의 독특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세계적인 작가 야샤르 케말(터키)의 「하얀 바지」와 SF소설인 고팔 바라담(싱가포르)의 「궁극적 상품」의 매력도 메아리처럼 잊히지 않는다. 모두 아시아의 역사와 전통 위에 반듯하게 선 걸작들이다.
    이 책에서 호흡하고 있는 아시아 각각의 언어들이 서로의 경계선을 허물고 다정한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행복감이다. 그 행복감을 만끽하길 바란다.
  • 조선의 명문장가들
    조선의 명문장가들
    분야 : 인문학
    저자 : 안대회
    출판사 : 휴머니스트
    동서고금의 시공을 초월하여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통로는 ‘글’이다. 요즘엔 사진이나 소리로도 소통이 가능하지만, 그런 기술이 모두 근대의 산물이기에 전통시대 사람들과는 제대로 소통하기 어렵다. 우리가 조선시대 사람들과 소통하며 생각을 나누는 방법도 거의 다 글을 통한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조선의 문장가들이 남긴 글은 대개 고문과 소품문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전자가 주로 정치나 이념 등 공식적이고도 외형적인 내용의 글을 쓰는 데 활용되었다면, 후자는 인간의 내면을 자잘하게 담아내는 데 많이 쓰였다. 따라서 옛 문인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기에는 소품문 에세이가 제격이다.
    이 책은 바로 조선시대에 이름을 날린 문장가들의 소품문 가운데 우리 현대인이 시공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 약 130편을 선별하여 번역하고 설명을 덧붙인 격조 높은 교양서이다. 저자만도 23명인데, 이 중에는 허균이나 정약용처럼 널리 알려진 이도 있으나, 김려나 장혼 같이 다소 생소한 이도 고르게 섞여 있다. 내용을 보아도 빈 쌀독이나 소꿉놀이에 대한 가벼운 단상에서부터 묵직한 독후감이나 시대상에 대한 예리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망라한다. 또한 각 소품의 원문을 책의 말미에 수록함으로써, 원문을 음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큰 편의를 제공한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조선시대 소품문을 연구하고 발굴하여 소개해왔는데, 이번 선집은 그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각적이고 상업적인 글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네 현대인이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잔잔한 시간여행을 떠나 옛 문인들과 마주하기에 좋은 책이다.
    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
    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
    분야 : 인문학
    저자 : 프랑크 베르츠바흐/ 정지인
    출판사 : 불광출판사
    ‘왜 사는가?’ 하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하듯이 학교에 가고 직장에 다니며 여행을 하고 밥을 먹는 일상적인 삶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일상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결정해준 삶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그 “다른 사람” 중에서 그 누구도 결정하는 일을 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타율의 왕국에서 우리는 자유롭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렇다면 잘 사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삶을 항상 죽음의 위치에서 고찰해보는 삶이야말로 의미 있는 삶이고 창조적인 삶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하고 상상력을 가지고 돈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가 시간에만 자유로운 사람은 노동하는 시간에는 수감자가 된다. 따라서 창조적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명예심, 경쟁심, 완벽주의 때문에 더 힘든 노동과 자기를 착취하는 데 필요한 여가가 아니라 깨어있는 마음을 가진 진정한 자유다. 도취된 노동과 몰입은 일시적 쾌락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자기 소진으로 귀결된다.
    저자는 무엇이든 빠르게 돌아가는 우리 현대인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창조적으로 만들려면 우선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를 알아차리지만 함부로 평가하지 말고 행동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세 가지의 삶의 기예를 실천해야 한다. 혼자 있기, 침묵하기, 연습. 이렇게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예술처럼 사는 사람이고 돈이나 타인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다.
  •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분야 : 사회과학
    저자 : 게리 S. 크로스, 로버트 N. 프록터/김승진
    출판사 : 동녘
    문명사적인 관심에서 볼 때 19세기 말은 전 세계 인류의 감각적 쾌락의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거대한 혁명이 시작된 시점이다.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의 발명을 통하여 우리는 감각을 증폭시키고 보존하고 휴대하여 오랫동안 광범위한 계층과 지역에 걸쳐서 쾌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갖게 된 것이다.
    설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냉동식품, 커피, 담배, 술 등 음식과 기호품 뿐 만 아니라, 음악, 영상, 사진, 그림 등 시청각 소비재, 그리고 롤러코스터와 놀이공원과 박람회 등 울타리가 쳐진 공간에까지 현대인은 일상에서 그토록 쾌락에 중독되어 있다. 그것은 병, 튜브, 캔, 컵, 그리고 사진기, 녹음기, MP3 플레이어와 스마트폰 등의 상자 모양의 용기의 발명과 대중화에 의하여 가능하였다.
    한 세기라는 그 짧은 기간에 우리는 감각적 쾌락을 즐기는 욕망을 촉발하고 아주 쉽고 빠르고 값싸게 그 욕망의 소비를 증폭시켜주는 신기술 즉 욕망과 욕구를 포장 혹은 휴대하는 기술의 발명과 그로 인한 포장된 쾌락을 즐기는 방식과 가치에 중독되어 버렸다. 현대인의 일상은 그러한 중독된 쾌락으로 가득 차게 된 것이다.
    그것은 기술발달로 인한 생산이 가져오는 자연적인 소비라거나 쾌락을 좇는 인간의 자연적인 욕망의 결과라고 간단히 말 할 것이 아니다. 저자들은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쾌락을 포장하는 기술발달의 역사 뿐 만 아니라 그것을 확산시키고 일상화 시키는 세계시장 체제의 힘과 사회의 역사적 과정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잠시 숨을 고르고 풍요와 발전과 현대성에 탐닉하고 중독된 자신을 성찰하고 현명한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왜 필요한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분야 : 사회과학
    저자 : 김형태
    출판사 : 문학동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 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먹고 사는데 여유가 생기면 그만큼의 여유로 예술과 같은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창작과 관련해 예술과 경제의 관계는 좀 다르다. 많은 위대한 작품은 오히려 예술가가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던 시기에 탄생했다(물론 창작에 집중하느라 경제적으로 곤란해졌다고 볼 수도 있음). 이외에도 논점은 다양하다. 어쨌든 예술과 경제의 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그 둘 사이를 이어주고 설명하기 위해 여러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예술과 경제의 관련성을 넘어,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근본적 힘이 결국 같다고 이야기한다. 투시력, 재정의력, 원형력, 생명력, 중력과 반중력의 다섯 가지 힘이 그것이다. 이것이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공통된 힘이며, 그에 따른 원리와 현상에도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의 본질에서 경제의 본질을, 예술의 진보에서 경제의 진보를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적 위기라는 시대의 이슈를 새롭게 조망하고 해결하기 위해 예술가의 그것과 같은 창조적 질문과 대답이 필요하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불확실성 시대의 경제가 지상목표로 삼는 파괴와 혁신이 예술의 생명력인 창조와 기본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새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둘의 공통점을 풍부한 실례로 설득력 있게 제시함이 무척 신선하다. 경제경영서로서 그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예술교양서의 색깔을 풍성하게 덧입고 있는 이 책 속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볼 일이다.
  • 암흑 물질과 공룡
    암흑 물질과 공룡
    분야 : 자연과학
    저자 : 리사 랜들/김명남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중력파까지 검출했으니, 천문학이나 천체물리학 쪽으로는 이제 밝혀질 만한 이야기는 대강 다 나오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공룡의 사례를 들어서 흥미롭게 설명한다. 외계에서 온 천체가 공룡의 멸망에 기여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천체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런 충돌이 우연한 일회성 사건일까, 아니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일까? 후자라면 우리는 늘 마음을 졸이며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공룡을 멸망시킨 것이 혜성이라고 보고서, 그 혜성이 어디에서 왔을지 근원을 추적한다. 목성과 토성 너머, 한때 9번째 행성이라고 불렸다가 지금은 왜행성으로 지위가 격하된 명왕성이 있는 카이퍼대에서 오는 것일까? 혹은 그 너머 산란 원반이라는 곳에서? 아니면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보다 1천 배에서 5만 배에 이르는 더 먼 거리에서 태양계를 공처럼 감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에서 올까? 아무튼 그런 곳에서 멀쩡히 잘 돌다가 왜 안으로 튀어 들어와서 재앙을 일으키는 것일까? 공룡의 멸종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점점 더 확대되어 이윽고 우리 은하를 거쳐 우주 전체로 확대된다. 저자는 우리가 물질이라고 말하는 것, 즉 우리의 몸, 지구, 태양 등을 이루는 보통의 물질이 우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고작 15퍼센트에 불과하며, 암흑물질이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물질의 8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암흑물질은 우주에 있는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우리의 삶과 전혀 무관하다고 여겨졌지만, 저자는 태양계가 은하 중심을 돌 때 그 암흑물질이 중력 작용을 일으켜서 멀리 있는 천체를 안쪽으로 던져 넣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중 하나가 공룡을 멸망시켰다면? 그리고 그런 우주적 돌팔매질이 주기적으로 일어난다면? 공룡과 첨단 우주론이 만났을 때 얼마나 짜릿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지를 들어보시기를.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분야 : 실용일반
    저자 : 롤프 젤린/박병화
    출판사 : 걷는나무
    자고로 호구지책은 매서운 법. 밥벌이의 고단함은 어떤 가치 추구보다 현실적이고 반복적이다. 자유란 게 밥벌이를 벗어날 때 찾아지듯 밥벌이에 얽힌 순간 인간은 종속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을의 숙명을 강제당한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 삶에 나는 없다. 오직 남의 시선과 생각, 평가만 집중한다. 타자의 시선이 본인 행동의 절대강령인 셈이다. 위계적 직장질서는 물론 동지적 친구관계에서조차 왕왕 나는 실종된다. 결정권·발언권은 입안에 머물 뿐 상대를 따르면서 갈등 고민을 종료한다. 그 결과, 남을 신경 쓸 새 본인은 곪아터진다. 평판과 관계란 이름으로 내보내야 할 솔직한 감정은 묻어두고 제 혼자 생채기를 상처로 키워간다. 예외는 일부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독립은 그래서 힘들다. 솔직하게 표현하며 거절하는 용기란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만약 단호한 의견표명이 우려와 달리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신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된다면 어쩔 것인가. 상식을 파괴하는 파격적 진단으로 혹여 이 가설이 옳다면 우린 지금껏 헛걱정 속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한 셈이다. 책의 문제 지점은 여기다. 거절 후의 실망을 염려해 양보·손해를 감수하지 말라는 얘기다. 싫다고 말해도 사랑받는 비법은 신뢰 구축이다. 25년간 이렇듯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해온 심리전문가의 주장이니 곱씹어 들어봄직하다. 실망시켜 미안해도 소중한 건 나일 수밖에 없으니 단호해지라 주문한다. 내키지 않는데 무리하게 해봤자 관계만 더 나빠져서다. 말은 쉬운데 문제는 행동이다. 이럴 때 현자(賢者)의 한마디. “모두의 친구는 그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아리스토텔레스).”
  • 표지판 아이
    표지판 아이
    분야 : 유아아동
    저자 : 전경혜
    출판사 : 리젬
    어린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는 책이다. 이때 대상이란 독자이기도 하고 책의 내용이기도 하다. 주요 인물은 대체로 어린이거나 어린이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힘없고, 애정과 배려가 어린 눈길을 주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어린이 책에 동물이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표지판 속의 이미지들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표지판 아이』의 의미는 그 맥락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인형 같은 사물도 아닌, 사실적인 그림도 아닌 단순한 이미지를 살아 있는 사람에 비유하다니. 너무나 익숙해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표지판들. 그 속의 엄마와 아이, 임산부와 노인, 경찰과 장애인들이 거리로 튀어나와 돌아다닌다. 이 예사롭지 않은 설정이 우리의 사각지대에서 숨죽이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일깨운다면, 과한 독후감일까. 하지만 그저 이미지에 불과했던 흐릿한 어떤 것들, 예를 들면 천재지변의 희생자들, 전쟁 난민들, 역사 속의 군상들이 이 표지판 속 인물들을 뒤따라 튀어나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시각의 확장은 설정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의 힘은, 표지판 속 인물들이 벌이는 이야기의 탄탄함에 있다. 학교 앞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있던 표지판 아이가 날아온 공에 맞아 길에 떨어지고, 바람에 날려가고, 길고양이의 위협을 받으면서 헤맨다는 진진한 모험담. 장애인에서부터 자전거 타는 사람, 기저귀 가는 아기, 순경까지 모두 나서서 아이와 엄마를 다시 만나게 해주는 따뜻한 공동체 상이 읽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그러나 힘 있게 쥔다. 그림책은 그림도 중요하지만, ‘역시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사라진 산
    사라진 산
    분야 : 유아아동
    저자 : 김일광 글, 유기훈 그림
    출판사 : 봄봄출판사
    산을 좋아하는 신 선생님이 한 겨울에 지리산에서 찍은 가족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사진 속 가족의 모습은 단란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산은 선생님과 가족에게 또 다른 가족인지도 모른다.

    여름방학을 맞아 학교에서 주최한 ‘가족사랑캠프’에 참여한 가연이네 가족은 야간 추적활동을 하던 중 길을 잃는다. 얼굴만 마주하면 으르렁거리는 부모님, 맏이 가연이와 장애를 가진 가득이, 그리고 재치가 넘치는 가람이, 이렇게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가연이네 가족은 사라진 산, 삼동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어려움 속에서 다투기도 하지만 두점박이 사슴벌레나 녹색 부전나비와 같은 멸종 위기 동물들도 만나고 사나운 늑대 앞에서 가족을 지키려고 한 마음이 되어 서로 돕는 가운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몸으로 경험한다. 가족이 함께 처한 위기 속에서 흩어졌던 가족이 하나가 되는 마음속의 자연을 발견한 것이다. 길이 보이지 않으니 가족이 보인다고나 할까?
    작가의 말처럼 강이나 산이 우리의 삶에서 사라지면서 끝내는 가족 같았던 생명들이 우리 곁을 떠나 버렸다.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가정이라는 공간에만 함께 있을 뿐 저마다의 바쁜 일상 속에서 각자의 섬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가족은 그 구성원 서로가 마음 놓고 찾아가 안길 수 있는 산이어야 한다. 자연은 다른 생명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사람에게만 다른 생명을 열어 보여주는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야트막한 뒷산을 오르며 그 속에 숨 쉬는 뭍 생명들을 만나는 시간은 가족을 만나는 시간, 자연의 가족이 되는 시간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전 국민 책 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만한 책을 선정, 발표하고 있습니다.